[칼럼] 익어간다는 것

기사입력 2018.11.08 10:27 조회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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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면서  머리도 희끗해지고 열정도 조금씩 사라지면서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나이는 속일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괜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그동안 무엇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것인지. 그 결과는 과연  무엇인지. 손에 잡히는 것도 없고  가슴에는 허망함만 남았을 때 우연히 이 가사를 만났다.‘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 할 겁니다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교직생활을 하다 보니 학생들과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졸업생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주간과정과 야간과정을  운영하다보니 때론 학생들 이름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어 아무개라고 하면 어느 아무개인지 보충설명을 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야간과정  학생들은 나이도 있고 본인이 원해서 진학했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또 대부분 지역에  거주하다보니 졸업 후에도 학과 동창회를 구성하여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재학시절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던 학생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떤 기수는 가족을 동반하여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기수별 야간졸업생 모임에 참여하다보면 처음에는  상호 안부도 묻고 재학시절 에피소드로 이야기꽃을 피우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끼리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게  된다. 최근 함께 나눈 대화는  벌써 손자녀에 관한 것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자식들 교육문제  그리고 대학입시와 군대문제에 이어 취업과 혼사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성적을 올리려고 편법을 쓰던 부모나 부정청탁을 통해서 자식군대문제를 해결하거나 취업을 시켰던 빗나간 부정과 모정에 대해서 한편으로 이해하고 동정의 눈길을  보냈으며 한편으론 비난하고 개탄스러워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날에는 회한이 밀려온다.  아직 아닌데 라는 강한  부정과 함께.

 

얼마 전에는 연령대가 비슷한 졸업생들이라  그랬는지 부모들의 치매문제와 나이 들어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령적으로  80대에 들어서면 신체적인 활동과 정신적인 활동이  둔감해지는 것 같다.  치매에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치매검사 받는 것을 꺼려하는 속성이 있다.  특히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어른들은 더욱 더 그렇다. 의심도 많아져서 약을  드려도 며느리가 주면 혹시 자기를 어떻게 하지 않을까 해서 먹지 않고 아들이 줘야 먹는 분도 계셨다.  그래놓고 경로당에 가서는  며느리가 자기를 어떻게 하려고 했다고 얘기를 해서 곤욕을 치룬 경우도 있었다.  부부가 노모를 모시고  2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갔는데 하루 밤만 지내고  온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가 자꾸 집으로  가자고 보채서 할 수 없이 돌아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식들이 자기를 제주도에 버리고 올까봐 조바심이 나서 그랬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노모가 살아온 고달픈 삶의 무게가 느껴졌고 가슴은 먹먹하였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이다.  인간의 삶을 세 등분해서  살펴보면 세상살이를 해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시기가 있고, 직업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시기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동안 살아온 세상을 돌아보며 떠날 준비를 하는 시기가 있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이상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며 살아야 한다.  본인이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그 시기에 맞는 의식을 갖고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젊게 사는 것이 좋지만  마음이 항상 젊기도 어렵다.  곡식이 익어 가면 고개를  숙이듯 마냥 높은 곳만 쳐다보지 말고 이제 아래도 보면서 그러나 노련하게 경계를 넘나들며 유유히 사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것이고 익어가는  것이다.

[가대현 기자 ga77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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